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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과 2008년 경제 위기의 유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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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24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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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과 2008년 경제 위기의 유사성

김민하





1929년 10월 29일 미국은 사상 최악의 증권 시장 붕괴를 겪었다. 주가는 급격히 떨어져 수많은 투자자들이 단 며칠 사이에 파산해 버렸다(Wilkes, 2006). 2008년의 증권 시장 붕괴 역시 사람들의 마음과 재정에 큰 부담을 지우고 있어, 역사의 비극적인 순환은 끝날 것 같지 않다. 1929년의 월가의 증시 붕괴에 뒤이은 1930년대의 경기 침체는 그 발생 원인과 사회에 끼친 영향에 있어서 지금 겪고 있는 경기 후퇴와 매우 유사하다.
1920년대에는 투기 열풍과 더불어 주식 시장이 번성하였으며, 이로 인해 수많은 미국인들이 주식에 투자를 했다. 급변하는 경제, 고통에 시달리는 농업인들, 소맥 가격의 급격한 하락 등으로 사람들은 더욱 더 증권 시장에 의존하게 되었던 것이다. 투자 금이 몇 배로 불어나 큰 소득을 얻으리라 생각한 사람들은 돈을 빌려서 주식을 사기도 했다. 등귀일로의 주가에 자극 받아 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더욱 많아졌다. 주식 소득의 상승에 따라 투기가 증가하였듯이, 상품 판매도 증가하여 이른바 “경제 거품”을 초래했다(Wilkes, 2006). 사람들은 “주식의 올바른 잠정 소득 가능성”을 과대평가하게 되었고, 결국에는 경제 거품이 일시에 사라지자 주식 가격도 폭락하고 말았다. 이와 마찬가지로 2008년에도 취약한 미국 경제 구조, 주택 거품, 과도한 상품 공급이 증시 붕괴의 원인이었다.
예를 들어 석유와 식료품 가격이 급등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게 되었고, 이들은 재정 문제를 다소나마 해소할 목적으로 대안책을 찾기 시작했다. 증시 붕괴의 한 원인인 주택 거품은 담보 대출금을 제대로 상환할 수 없는 상황에서 빚어진 것이다. 월리슨(2008)은 “미국의 주택 정책이 현재 경제 위기의 주된 원인이다. 또한, 이를 조장한 여타의 역할자들―탐욕스런 투자 은행, 어리석은 투자자들, 무책임한 주택 투기꾼, 근시안적인 주택 소유자들, 대출자, 대부자들 등―이들 모두가 한몫을 한 셈이다”라고 말했다. 급격한 주가 하락을 몰고 온 과잉 투자와 부풀려진 주식 가격이 1929년과 2008년의 증시 붕괴의 근본적인 원인인 것이다. 사람들은 쉽게 돈을 벌기 원했으며, 증권과 부동산 시장의 기능을 과대평가했던 것이다.
1929년 9월 3일 주가가 최고점에 도달한 후 갑자기 시장이 무너지기 시작하더니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어 갔다. 이른바 “암흑의 화요일”이 되자 주가는 삽시간에 폭락했다. “암흑의 화요일”은 글자 그대로 혼란스런 날이었다. “투매”가 이루어졌으며, 주식이 무용지물이 되기 전에 팔려는 사람들로 인해 단 하루 동안에 12,984,650주가 거래되었다.
2008년의 붕괴도 1929년도의 참사에 못지않았다. 비우량  담보 대출과 낮은 이자율에 자극받은 사람들이 부동산 시장에 앞 다투어 뛰어들었다. 이들은 주택 가격이 높아지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지>(2005)는 “전 세계의 주택 가격 상승은 역사상 최고의 거품”이라고 했다. 2007년에 주택 거품은 빠지고 가격은 급격히 하락했다.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은 대출금을 상환할 능력이 없었으며, 은행은 문을 닫기에 이르렀다. 금융 위기에 따른 수요 감소는 경기 침체를 더욱 악화시켰다. 1929년과 2008년의 금융 위기는 다 같이 사건이 일어나기 이전에 수차례 경기 파동을 겪다가 취약한 경제 구조에 기인하여 그 정도가 더욱 심해져서 일어난 현상이다.
이 두 끔찍한 사건의 결과 역시 그 성격이 매우 유사하다. 이들 사건으로 인한 손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 대공황이 일어난 후 10년 동안에 걸쳐 매일 1만2천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가운데 1천3백만 명이 직장을 잃었다. 1,616개의 은행을 포함하여 약 2만 개의 회사가 파산했으며, 1932년 한 해 동안에 2만3천 명의 미국인이 자살했다. 사람들은 극심한 가난에 시달렸던 것이다. 미네소타의 어느 실업자는 이렇게 푸념했다. “무척이나 실망스럽지요. 몇 달 동안 일자리를 찾아 헤매고 나면 신발 밑창이 얇아질 정도니까요.” 이 증시 붕괴는 한동안의 경제 및 사회적 시련기를 남겨 놓았다.
그것이 바로 대경제공황이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가난과 굶주림에 허덕이고, 남의 존경과 자신감마저 잃어 버렸다(Wansell, 2008).
현재의 경기 후퇴는 1930년대의 대공황기를 재현하는 것처럼 보인다. 높은 석유 및 식료품 가격과 주택 거품이 위기를 몰고 오자, 상당수의 은행과 회사가 엄청난 손실을 입거나 파산했다. 수출 기반 경제 체제 국가들은 급격한 산업 생산 하락을 겪게 되었다. 1930년대의 대공황의 경우와 흡사하게 금번의 실업률도 매우 높다. 국제노동기구는 “2009년 말까지 약 2천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전 세계 실업자 수가 사상 처음으로 2억 명에 달할 것”이라 보고했다(Juchau, 2009). 이 양자의 붕괴가 여러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음은 분명하지만, 현재의 경기 후퇴는 다만 그 심각도에 있어 대공황에 견줄 만한 정도는 아니다.
지금의 경제는 급격한 부동산 가치의 하락을 막을 만한 능력이 있으므로 “경기 침체”는 계속된다 할지라도 “경기 후퇴”는 오지 않을 것이다. 미국인들은 타격을 입은 세계 금융 체계로 인해 가까운 장래에 경기가 쉽게 회복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자유방임적 접근 방법이 현재의 경기침체 현상을 해결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정부 개입을 통해 실업률을 낮추고 경기 후퇴를 완화했듯이 현 정부도 당면한 침체 국면을 헤쳐나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다해 주기를 기대한다.
이 두 사건의 전반적인 유사성에는 유의해야겠지만, 역사가 똑같은 양상으로 반복될는지는 그 누구도 알 수가 없다. 향후 수년이 지난 후에야 2008년의 증시 폭락 결과와 1929년의 공황의 차이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크루그먼(2008)은 재정 개혁은 주식 폭락이 긴급 금융 지원, 정부 지출, 은행 이율의 조정을 통해서 경제의 체질이 강화된 후에라야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속한 대처를 통해서만 또 다른 경기 침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며, 그렇지 않을 경우 또 다른 대공황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른다.